삶의 대본 찾기 – 실제 사례 (일부 발췌)

* 본 사례들은 실제 세션의 내용들로 이루어진 것이며, 사례자들의 이름은 익명으로 하였습니다.

사례 2 - 미래로부터의 초대

*  BH – 30대 초반 여성 (예술치료사)

무의식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 과거, 미래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신비로운 이야기

이 사례는 모든 시공간이 하나로 엮여진 무의식의 세계에서 무의식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나 신비스러운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BH는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전공은 예술치료사로서 현재 미술치료 상담을 하고 있다. BH가 처음 여기 연구소를 찾아 왔을 때, 첫 인상은 매우 활기차고 쾌활했다. 하지만 BH가 자신에 대해 소개하기 시작한 말은 외로움에 대한 것이었다. BH는 능력 있는 미술치료사였지만, 치료사라는 그 역할을 내려놓은 뒤에는, 온통 외로움에 가득 찬 듯, 마치 자기 자신을 외로움의 전도사처럼 이야기하였다.

BH가 말한 삶의 고민은 두 가지였는데, 바로 이 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것과,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인생의 소울 메이트(Soul Mate)를 찾는 것이라 했다. 오랜 기간 사귄 뒤 결혼한 남편에게서도 전혀 사랑과 외로움을 보상받지 못한다고 하였다. BH는 언젠가 어딘가에서 자신과 함께할 인생의 동반자를 찾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소울 메이트와 함께 같은 길을 가는 것이 희망이라고 했다.

BH는 삶에서 항상 피곤하다고 하였다. 도대체 왜 피곤한지 자신도 잘 모른다고 하였다. 하지만 몇 번의 이야기만으로도 BH가 늘 피곤한 이유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BH는 자주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누가 부탁이라도 하면 No라고 말할 상황에서도 대부분 Yes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BH는 남들과 부딪히기 싫어했고, 무엇인가를 거절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BH에게는 특별한 버릇이 있었는데, 바로 항상 지각하는 습관이었다. 일찍 올 수 있음에도 늦게 도착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실제로 이 세션 초반에도 몇 번이나 시간을 어기고 지각을 했다. BH에게는 칭찬보다는 야단맞는 것이 더 어울리는 듯 했다. 이것은 칭찬받는 것은 어색해하고, 야단이라도 맞아서 관심을 끌어보려는 일종의 마음의 전술이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데, 왜 이런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할까?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이 외로움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찾아야 했다. 다음은 BH가 외로움에 대해서 떠올린 최초의 장면이다.

BH : 저에게는 두 명의 여동생이 있어요. 제가 첫째고요. 7살 때예요. 어딘가를 갔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왔는데, 저와 어린 여동생 둘 모두 자동차 뒷좌석에서 자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빠와 엄마가 동생들만 안고서 집에 들어가는 거예요. 저한테는 걸어서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고… 나도 어린 아이인데…

SR : 7살이면 아직 어리죠.

BH : 그렇죠! 그리고 5살 때도… 바닷가에 놀러갔을 때 엄마가 파도 속에 나를 혼자 두고 사진 찍으며 마구 웃었어요… 난 너무 무서웠는데… 더군다나 초등학교 1학년 첫 날… 그날도 혼자서 학교를 갔어요. 복도… 계단… 교실… 책상과 의자가 너무나 컸던 기억이 나요… 엄마는 나를 지켜주지 않았어요.

BH의 엄마는 BH를 첫째로서 책임 있는 아이로 대했다. BH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어른처럼 행동해야 했다고 했다. 자신도 아이인데 동생들 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항상 아쉬워했다고 했다. 성인이 된 BH에게 부모는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람으로, 특히 엄마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이 남아있었다. 흔히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보잘 것 없이 여기거나 성인이 되면 저절로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받은 무의식속의 상처는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성장한 만큼, 어린 시절의 그 눈높이만큼 상처도 자라있기 때문이다.

사실 BH에게 외로움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BH에게 있어서 외로움은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BH는 자신이 남들에게 인정받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세상으로부터 소외된다고 여겼고, 결국 자신을 희생하는 존재로만 생각했다. BH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보는 것’이었다.

몇 번의 세션을 거친 다음, 타임네비게이션 작업 후에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보는 것’이란 단서를 가지고 무의식의 여행을 시작했다.

BH : 기차가 보여요. 저 기차에 내가 뭔가 해야 될 일이 있어요. 아무튼 저 기차를 타면 내가 뭔가를 해야 되요.

SR : 기차를 타세요. 지금 기차 안인가요?

BH : 네. 제가 기차 안에 있어요. 밖이 하예요…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어요.

SR : 지금 기차가 가고 있나요? 어느 시대의 기차죠?

BH : 네. 아주 오래된… 기차인데… 1800년대… 1830년… 유럽… 네덜란드예요.

밖에는 눈이 오고… 여기 겨울은 원래 추워요.

SR : 그 장면을 옆에서 보고 있는 것인가요? 아니면 앉아서 보고 있나요?

BH : 제가 앉아서 보고 있어요.

SR : 기차 안을 둘러보세요.

BH : 누가 바로 제 맞은편에 앉아 있는데, 바닥만 보고 나랑 눈을 마주치지 않아요.

SR : 바로 맞은편에 있는 사람 설명을 해보세요.

BH : 남자 어른이고… 30대 중반쯤… 머리색은 갈색이에요. 얼굴 색깔이 좀 진한데… 바닥을 보고 있어서… 처음 보는 얼굴이에요.

SR : 좋아요. 또 주위에 누가 있나요?

BH : 제 옆에도 누가 앉아 있어요.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년이에요. 소녀 같기도 하고… 빨강머리…

SR : 그럼 지금 같은 좌석에 앉은 것인가요?

BH : 네. 제 옆에 10대 후반의 소녀와 제 맞은편에 30대 갈색머리 중년 남자를 마주보고 있어요. 그렇게 셋이 앉아 있어요.

SR : 그 자리에 앉아있는 본인의 모습은 어때요?

BH : 약간 다르게 생긴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지금 현재의 나예요.

SR : 그러면 옆에 있는 사람과 앞에 있는 사람들이 본인을 알아보나요?

BH : 네.

SR : 지금 어떤 기분 상태예요?

BH : 음… 저 사람들이 나에게 뭔가 조언해주는 대로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

SR : 좋아요. 그럼 옆에 10대 후반의 소녀를 보세요. 그 소녀는 어딜 가고 있나요?

BH : 음… 집이요. 무슨 어려운 일을 마치고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뭔가 패스한 거죠. 시험인가? 어쨌든 무슨 일을 잘 통과했어요. 생애 처음으로 어떤 어려운 일을 성취해낸 느낌이에요. 기분이 홀가분한가 봐요. 아 그래 이제는 끝났다. 더 이상 그거 안 해도 좋다… 뭐 그런. 마냥 좋기 만한 것과는 다른 느낌…

SR : 그 10대 후반의 소녀가 누구인지 알겠어요?

BH : 가깝게 느껴지긴 하는데.. 친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게 그냥 아는 거… 누구지? (잠시 멈칫) 아! 이 소녀가 저인가 봐요!

SR : 그러면 지금 그 옆에 앉은 소녀를 보고 있는 것도 본인이고, 그 소녀도 본인이라는 것인가요?

BH : 네… 소녀를 보고 있는 나는 지금 현재 삶의 나죠.

SR : 좋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맞은편에 있는 30대 남자를 보세요. 계속 눈을 피하고 있나요?

BH : 눈을 피하고 있어서… 이상해요. 좀 답답해요. 아! 이제 얼굴을 들어서 나를 바라봐요. (갑자기 깜짝 놀란 듯이) 아!!! 맞은편에 앉은 30대 갈색머리 남자도 저인가 봐요!

SR : (약간 놀람) 네? 지금 한 장소에 동일인이 셋이 모인건가요?

BH : (어리둥절한) 네…

SR : 그러면 1830년에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본인은 누구죠?

BH : 옆에 앉은 소녀예요.

SR : 앞에 마주한 30대 남자는 어디에서 왔죠?

BH : 전생은 아닌 것 같고… (놀란 목소리로) 미래의… 다음생의… 나예요. (잠시 침묵)

SR : 아… 그렇군요. 이런 상황을 기대하지 못했는데… 놀랍군요! 지금 서로들 보고 있나요?

BH : 10대의 나는 하나도 안 놀란 표정이고요, 30대의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있어요. 나만 지금 제일 놀랐어요!

SR : 좋아요.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보는 것과 관련해서 이 시대로 온 것 기억나요?

BH : 네…

SR : 지금 여기서 무엇을 보려는 거죠?

BH : 내 모습들… 옆에 앉은 소녀인 제가 뭔가를 처음으로 이루었는데, 아직은 자신이 소중하다는 느낌을 못 느껴요.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SR : 그러면 미래에서 온 앞에 앉은 30대 남자는 어때요?

BH : (탄성하듯) 아! 30대 남자인 저는 ‘스스로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완전히 알아요! 지금 우리 셋이 여기에 모인 것은…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려고… 우리를 초대한… 거예요… 그래서… 미래에서… 온 거예요. (잠시 침묵)

SR : ‘미래의 나가 과거와 현재의 나를 초대하다’ 멋지네요! 자… 이제 본인이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셋에게 한 가지 주문을 할 테니 서로 할 수 있는 지 보세요. ‘자! 현재의 삶의 BH와 1830년의 10대 후반의 소녀인 BH, 미래에서 온 30대 중반의 남자 BH는 서로 손을 잡아 보세요. 이 셋은 원래 하나입니다. 서로 손을 잡고 전해지는 느낌을 그대로 느껴보세요. 지금 여기에 모인 이유를 생각하고,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충분히 느껴보세요. 서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도 좋습니다. 원하는 시간동안 그렇게 하시고, 충분하게 느꼈으면 서로 헤어질 인사를 하세요.’

BH : 네… (약간 격양되었다가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고 잠시 침묵)

나는 이 세션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이렇게 다음 생의 미래의 모습이 나타나서 의도적으로 뭔가를 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서 하이라이트는 단연 자신이 바랐던 완벽한 자신의 모습을 한 미래의 자신이 이 모임을 주선하는 장면이다. 이 세션에서 각각의 과거, 현재, 미래의 BH는 서로를 온전히 인식할 수 있었다. 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서로가 손을 잡고 ‘소중한 존재의 에너지’를 함께 나누기를 주문했고, 그들은 마치 그것을 기다린 듯 했다. 나는 이 무의식의 여행 과정에서 추구하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리멤버 과정중 하나를 지켜보았다.

BH가 무의식에서 떠올린 남편은 마치 단순한 로봇 같은 모습이었다. BH는 현재 남편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소울 메이트를 찾기를 원했다. 오랜 기간 사귄 다음 결혼한 것이었지만 남편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뭔가를 느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BH가 지금 남편의 또 다른 모습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 했고, 우선 BH와 그녀의 남편과 관련된 또 다른 전생이 있는지를 체크했다. 그런데 그곳은 바로 지난 10대 후반의 소녀의 전생에서 계속 이어지는 곳이었다. 아마도 지난 세션에서 미래의 BH가 10대의 BH의 전생으로 초대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 생각되었다.

1830년대의 그 10대 후반의 소녀는 이제 24살이 되었고, 핀란드의 프로방스라는 마을 어느 저택에서 가정교사를 하고 있었다. 지금의 남편은 당시 27살로 그 집의 아들이었고, BH와 애틋한 관계에 있었다.

(중략)

BH가 이 무의식의 여행을 시작할 때 그녀의 화두는 외로움과 소울 메이트였다. 언젠가 그 지독한 외로움을 벗고, 새로운 소울 메이트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만이 그녀를 지탱하는 듯 했다.

BH의 외로움의 근원은 아마도 어린 시절의 상처였을 것이다. ‘난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했어요’라는 그녀의 말이 그것을 대변해준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성인이 된 BH의 삶을 지배했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상처라 하더라도 감성적으로 패턴화 되면, 한 사람의 나머지 삶을 컨트롤하게 된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그 패턴을 벗어나려고 해도 우리의 뇌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더 먼저 작동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패턴화된 상처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BH는 이제까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것조차 모르고 살았다고 했다. 그리고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을 보면서 ‘이제까지는 자의로 산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아 정말 내가 내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이구나. 내가 소중하구나, 내가 나를 그냥 놔두어도 되겠다, 나를 믿어도 되겠다.’라고 말했다.

BH는 스스로 선물 같은 존재였다. 그것도 여러 겹의 포장지로 포장된 선물이었다. 처음 그녀를 온통 포장하고 있었던 것은 삶의 외로움이었다. 하지만 그 포장지를 하나씩 벗길수록 그 속에는 다른 이름들로 나타났다. 세상으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포장지가 나타났고, 그 다음은 스스로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보는 포장지였다. 모든 포장지를 푼 다음, 그 속에 들어 있었던 선물은 미래의 그녀가 현재의 그녀에게 보내 준  그녀의 완성된 모습이었다. 항상 그녀가 바랐던 그 모습으로 선물은 존재하고 있었다. 마치 현재(Present) 삶이 우리에게 선물(Present)인 것처럼.

BH가 이 무의식의 여행을 마치면서 해준 말이 아직도 귓가에 들린다.

‘매트릭스 영화에서 기계가 준 영양분을 먹고 살다가, 지금은 진짜 세상을 살아가고 있어요!’

– 미래로부터의 초대 끝